[알츠하이머의 날 특집] 삼성전자, 일상 속 디지털 정보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의 가능성을 연다
[kbn연합방송=김진영 기자] 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가 제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약 60~70%를 차지하는 가장 대표적인 치매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급증하며 그 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보건복지부가 같은 날을 ‘치매 극복의 날’로 정하고,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며 치매 극복을 위한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고 있다.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을 맞아, 삼성전자 삼성리서치가 진행 중인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관련 연구를 소개한다.
알츠하이머 치매 관리의 핵심은 ‘조기 진단’
알츠하이머 치매는 대부분 완치가 어려우며,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인지 기능이 점차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큰 장애를 초래한다. 일단 증상이 시작되면 원래의 건강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되기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는 객관적인 검사에서는 인지 기능 저하가 확인되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미국 알츠하이머 학회가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의 약 12~18%가 앓고 있는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비율은 연간 약 10~15%에 달한다. 때문에 최근 학계에서는 경도인지장애의 조기 진단과 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는 발병하기 10~20년 전부터 뇌에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밝혀졌다.[3] 때문에, 초기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제 관련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치료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알츠하이머를 조기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다.
▲ 알츠하이머 진행 단계와 조기 발견•관리에 따른 효과
조기 발견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은 다음과 같다.
-생활 습관 개선: 식이·운동·인지 자극 등 위험 요인을 조절하여 진행 속도 완화
-맞춤형 증상 관리: 약물·비약물 치료를 조기에 시작해 인지 기능 보존에 도움
-신약 활용 기회: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는 신약이 승인·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으며, 조기
진단 환자는 이러한 치료를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음
‘일상에서 측정된 데이터로 인지 변화 감지’ 디지털 바이오마커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로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행동을 상세히 분석할 수 있다. 이 디바이스들로 일상 속에서 측정된 다양한 사용자 데이터에는 사용자의 작은 변화도 민감하게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리서치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된 키보드 입력 속도, 메시지 패턴, 통화 빈도, 수면, 음성 등 다양한 멀티모달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사용자의 인지 능력 변화를 간접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을 개발했다.
삼성리서치 연구팀은 선행 연구에서 밝혀진 인지 저하의 특성 중 디지털 바이오마커로 측정 가능한 특성을 가설로 세우고, 이후 스마트폰과 웨어러블로 다양한 멀티모달 데이터를 기기 내에서 분석해 인지 능력 상태를 추정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바이오마커 알고리즘 모델로 사용자의 인지 능력 상태를 간접적으로 추적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예를 들면, 주어진 짧은 문장을 기억하고 말하는 행동을 통해 단기 기억과 관련된 중추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발화의 유창성과 정확성 분석은 언어 중추의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앱이나 메시지 사용 규칙성, 다양성, 전화 통화 빈도 등을 통해서는 사회적 네트워크 상태나 이와 관련된 뇌의 실행 기능 상태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즉, 알츠하이머에 의해 손상을 받는 언어 및 단기 기억 중추는 음성 정보를 이용해 분석 가능하고, 사회성과 행동 능력의 저하는 앱 사용, 메시지 패턴이나 통화 빈도 등과 연관이 있다는 가정을 입증한 셈이다.
스마트 디바이스로 진행한 인지 저하 조기 감지 연구의 성과
삼성리서치 연구팀은 올해 7월 덴마크에서 열린 IEEE 공학 의학 학회(Engineering in Medicine and Biology Society)에서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 인지 기능 저하 감지 기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연구 논문들을 발표했다.
먼저, 스마트폰 키보드 입력 특징을 분석해 인지 저하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술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사용자 입력 내용이 아닌 비언어적 특징, 즉 타이핑 속도, 수정 패턴 등을 활용하며 개인정보 노출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특히, 이 기술은 언어에 의존하지 않는 접근 방식으로 글로벌 적용 가능성이 높음을 입증하며, 상위 7%의 우수 논문에 선정됐다.
또한, 스마트폰과 갤럭시 워치의 센서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도 발표했다. 이 연구는 걸음 속도, 보폭, 균형 등 일상생활 중의 보행 패턴을 분석해 인지 기능 저하 가능성을 감지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두 연구는 사용자가 별도의 노력을 취하지 않아도, 일상에서의 행동 패턴만으로, 현재 병원에서 시행되는 치매 선별 검사와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일상 데이터만으로 인지 상태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더 정밀하게 조기 포착’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의 다음 단계는?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용자의 알츠하이머 치매 의심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삼성리서치 연구팀은 지속적으로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반의 조기 감지 기술을 검증하고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학계·의료계와의 협업이 필요하고 추가적인 연구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 전체의 의료 부담을 줄이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imjy4385@ikb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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